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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협찬도서

[제주 4.3 사태 대하소설] 제주도우다 / 제주도우다 뜻

by boo_ke 2023. 6. 6.

기본 정보

제목 : 제주도우다
저자 : 현기영
출판 : 창비
장르 : 한국소설 / 역사소설

세부 정보

1. 저자

1941년 제주에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 4.3 사건에 휘말려 가족이 여럿 죽고 굶주림에 시달렸다. 이러한 역사가 반영된 그의 대표작 《순이 삼촌》은 문학계의 금기로 여겨졌던 4.3 사건을 조명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순이 삼촌》은 민주화 이후 4.3 사건을 다룬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순이 삼촌》 뿐 아니라 제주도라는 섬이 겪었던 비극의 역사, 동시에 알려지지 않은 항쟁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품을 여럿 발표한 작가이기도 하다.

2. 책 세부정보

4·3의 비극으로부터 살아남은 자 안창세의 목소리로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제주도우다』는 일제강점기부터 4·3에 이르기까지, 현재 한국사회 갈등 지형의 연원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의 근현대사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총체적으로 다룬 대하소설이다.

힘 있는 서사와 생생한 인물들을 통해 압도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이 작품은 새 나라 건설의 꿈에 벅찼던 해방공간의 열망과 좌절을 그리는 한편 국가의 폭력에 내몰려 희생당한 수많은 사람들을 진혼한다. 인간의 본질을 되묻게 하는 가공할 폭력과 나란히 제주의 땅과 바다, 사람들의 아름다움이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매끄러운 문장 속에 빛난다.

 

참고 : yes24

줄거리 및 감상

두 달 전, 제주 4·3 사태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자세히 듣지 못했지만 제주도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한 번의 한숨으로 지나쳐버렸었다. 하지만 그 때의 순간에 이끌려 대하소설공략단에 신청하게 되었고 가제본 책을 받을 수 있었다.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다큐멘터리 감독과 제주가 고향인 아내가 제주 4 · 3 사건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아내의 할아버지인 안창세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 때의 끔찍했던 기억에 갇혀버린 창세는 입을 열지 않는다.  갖은 노력과 설득 끝에 입을 연 창세는 13살 그때로 돌아간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제주. 농사를 짓고, 말을 키우는 테우리들이 있고, 해녀의 숨비소리가 가득한 제주다. 하지만 일제 탄압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강제 공출과 강제 징병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 사람이 모일 수도 없었으며 말소리 한 번 크게 내지 못했던 건 제주 역시 피할 수 없었다. 가지고 있는 것보다 뺏기는 것이 많았지만 젊은이들의 눈은 총명했고 사랑도 품었다. 

 

일본이 미국에게 패배해 광복을 맞이했다. 일본어로 대화하고 일본 이름을 쓰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우리나라 말과 이름을 되찾았다. 어리둥절한 어린이들을 데리고 청년들과 어른들이 태극기를 만들고 기쁨에 차 중학원(중학교)도 만든다. 시도 때도 없이 조선 독립 만세를 외치고, 마주치는 사람의 얼굴마다 희망이 깃들었다. 

 

그것도 잠시, 호열자(콜레라)가 창궐하고 가뭄이 극심해졌다. 집집마다 대문을 걸어 잠그고 밥을 굶기는 전과 같았다. 그러던 때, 물러난 일본 대신 미 군부대가 제주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우린 남도 북도 아니고 제주도우다!"를 외치는 도민들의 민족주의 정신은 한반도 분단을 결사 반대했으나, 미군정은 친일파를 포섭해 무단공출 부활 및 양과자 등을 강매한다..

여기서 '제주도우다'의 뜻은 표준어로 '~입니다' 와 유사합니다.
즉 위의 문장은  "우린 남도 북도 아니고 제주도입니다!"라는 표현입니다. 

제주도에서 "~우다"란 이야기할 때 어미로 쓰이며, "마씸"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에 제주도 젊은이들은 어렵게 찾은 자유를 꽉 쥐고 놓치지 않기 위해 투쟁한다. 신문을 만들고 연설을 하고 시위를 한다. 그러나 미군정은 월남한 서북청년단과 경찰, 군인, 토벌대 등을 동원해 그들과 투쟁하는 민간인들을 대학살하기 시작했다. 똑똑해 보이는 청년들이 타겟이었다가 젊은이들, 그들의 가족까지 번졌고 급기야는 보이는 대로 죽이라는 지령을 받는다. 노인과 갓난아기, 말과 소 등 살아있는 것 모두 다...

 

푸른 바다와 높은 하늘, 흔들리는 유채꽃과 말. 그 아름다움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옛 제주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그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100년도 안 된 때에 이런 일이 있었다. 읽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뽀얗게 내려앉은 눈과 흙내 나는 길가에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와 피가 덮여있었다는 게.

 

소설 속에 등장 인물이 많았다. 창세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책 속에서 숨을 쉬고 말을 하고 눈을 반짝였다. 너무 많아 처음에는 헷갈리기도 했지만 2권, 3권 읽다보면 어느새 내가 이미 그들의 이웃이 되어 함께 뛰고, 싸우고, 숨고, 웃고, 운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에는 첫 장을 펼칠 때와 마찬가지로 나와 창세밖에 남아있지 않다. 

 

책 속 문장

전설 속에서 조상님을 도와준 구렁배암 새콧할망의 신통력은 발휘되지 않았다. 그 조상님의 배에는 굶주린 백성이 먹을 양곡이 실려 있었지만 부친의 배에는 침략자 일본군이 먹을 양곡이 실려 있었기 때문일까.
광목 살 돈이 없으면 임시로 집에 있는 일장기 위에다 태극기를 그리라고 정두길은 일렀다. 일장기의 붉은 원 아랫부분에 먹칠을 해서 태극문양을 만들고, 네 귀퉁이에 사괘를 그려 넣으라, 그것이 일장기를 죽여 태극기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야, 느네들 보았지? 총을 녹여서 곡괭이를 맹글었다, 이거 아니냐! 무기를 녹여서 농기구를 맹근 거라! 이것이 해방이여! 이것이 기적 아니냐! 무기 없는 세상, 전쟁 없는 세상! 진짜로 이것이 기적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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